1월30일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시사IN>을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사실상 중간 발표 성격의 언론 브리핑을 했다. 이 날 경찰은 “나경원 전 의원이 출입한 ㄷ클리닉을 이용한 사람 중 가장 많은 돈을 낸 경우는 3000만원 선이었고,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해 10여 차례 이곳에 출입하며 딸과 자신의 피부관리 비용으로 550만원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공표했다. 또 경찰은 ㄷ클리닉 김원장으로부터 받은 참고인 진술을 근거로 ‘ㄷ 클리닉은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으로 피부관리 비용은 한차례에 25만원에서 30만원 선이었으며 연간 회원은 받지 않는 곳’이라고 부연설명했다.
ⓒ시사IN 조우혜
서울 강남구 청담동 ㄷ클리닉 입구.
그러나 이는 <시사IN>이 취재한 내용과 전혀 다르다. <시사IN>은 지난해 10월19일 두 차례에 걸쳐 ‘ㄷ클리닉’을 방문해 김아무개 원장과 면담했으며, 그 전 과정을 동영상과 녹음파일로 담았다. 이 날 오후 먼저 20대인 허은선 기자가 고객 신분으로 병원을 찾아가 상담을 요청하자 김원장은 “누구 소개로 왔느냐, 여기는 아무나 오는 곳이 아니다”라면서 소개자를 댈 것을 요구했다. 이에 기자가 유명 연예인 등이 이곳에 다닌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왔다고 말하자, 그는 “여기는 돈 많이 드는 곳이다. 나는 원래 상담을 안받는데 (추천을 받고 왔다니) 돈을 댈 스폰서나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오라”라고 기자를 돌려보냈다.
그로부터 2시간여 뒤 40대인 정희상 기자가 보호자 신분으로 동행해 다시 병원을 찾아가 원장과 50여 분간 상담을 했다. 이 과정에서 원장은 “(이곳은) 새로 오는 사람들이 TO가 거의 없다. 다 10년 이상 다닌 고객들이다”라고 말했다.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라는 경찰의 발표와는 배치되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기자가 “회원이라고 하면 연간 회원을 말하는 거냐”라고 묻자 김원장은 “그렇다”면서 “나는 1년씩 관리한다. 오든 안오든 100번을 오든 2번을 오든 똑같다. 그러니 자주 오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또한 ‘피부관리 비용이 한차례에 25만원에서 30만원 선으로, 연간 회원은 받지 않는다’는 경찰 발표와는 어긋난다.
클리닉 비용에 대해서도 경찰은 기자가 김원장에게 들은 것과 전혀 다른 발표를 했다. 당시 김원장은 기자가 클리닉 비용을 ‘한 장’이라 듣고 왔다고 말하자 “한 장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냐”고 반문한 뒤 기자가 ‘1억 원’이라고 대답하자 “얘(허은선 기자)는 젊으니까 그럴 필요없다. 반 정도면 된다”라고 말했다. 항노화 치료가 필요한 나이든 고객들과 달리 20대는 절반 수준 비용이면 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는 또 “난 젊은 애들은 잘 안받는다”라고 거듭 밝히기도 했다.
50여 분에 걸친 상담 과정에서 김원장은 나경원 전의원을 포함해 유명 연예인들이 어떻게 이곳에서 토털 케어를 받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상담을 마친 뒤에는 이 병원 간호사가 따로 기자를 불러 “지금 원장님 설명하신대로 5천만원을 준비하라. 처음에는 1주일에 2차례씩 나와야 할 것“이라고 비용을 재확인해 주었다.
<시사IN>은 지난해 12월 중순 이런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서울지방경찰청 수사팀에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를 무시한 채 김원장이 경찰에서 번복한 진술과 ㄷ클리닉에서 압수한 장부 등을 언급하며 수사 방향을 한쪽으로 몰고가는 듯한 내용을 언론에 내놓았다. 이미 지적한 대로 ㄷ클리닉에 대한 압수수색은 <시사IN> 보도가 나가고 40여일만에야 이뤄졌다. 병원으로서는 경찰 수사에 대비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던 셈이다. 경찰 발표가 있은 뒤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은 이같은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시사IN>이 녹취록도 경찰에 제출하지 않았다”라는 식의 허위 보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