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일정표 만들고 회계사까지 동원한 국민상조 경영진..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최근 구속된 국민상조 경영진이 회원들이 납입한 돈을 가로채는 과정에서 범행일정표를 만들고 회계사까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국민상조를 창업한 이씨(45)는 영업부회장으로서 회사 내에서 사실상 전권을 휘둘러왔다. 견제세력이 없는 탓에 이씨는 어떤 제한도 받지 않고 돈을 빼돌릴 수 있었다.

이씨는 2006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이사회 결의 없이 허위 수당 38억원을 챙겼다. 이씨는 자신이 소유한 건강기능식품업체와 거래를 했다고 장부에 거짓으로 기록한 뒤 대금 19억원을 챙기기도 했다. 이씨가 단독으로 횡령한 고객 납입금은 약 59억원에 달했다.

이씨는 국민상조에서 장례행사를 총괄하던 이사 나씨(35)를 범행에 끌어들였다. 이씨와 나 이사는 자신들의 지분을 비싼 값에 타인에게 넘기기로 결정했다.

이씨와 나 이사는 전국상조협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던 나씨의 형(41세)을 대표이사 자리에 앉힌 뒤 지난해 1월부터 8월에 걸쳐 이씨 지분 49%(45억원)와 나 이사 지분 20%(16억7600만원)를 나 대표이사에게 팔아넘겼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80~90배에 해당하는 시세차익을 남겼다.

지분을 넘기는 과정에서 공인회계사 김모씨(45)가 맹활약했다. 김씨는 서류상회사 설립, 전환사채 인수, 유상증자 등 일련의 범행을 위한 일정표까지 만들었다. 김씨는 국민상조의 외부감사인이라는 자신의 본분을 잊은 채 범행을 계획하고 나아가 그 대가로 2억7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들은 곧 검찰에 의해 덜미를 잡혔다. 서울 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차맹기)는 6일 일당 4명을 횡령·배임 혐의, 공인회계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수사를 지휘한 차맹기 부장검사는 "지난 9월18일 할부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까지 상조업계의 상조부금 관리가 경영진의 양심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었다"며 "이 과정에서 보람상조, 한라상조, 현대종합상조에 이어 업계 선두권인 국민상조 역시 고객들이 납입한 상조부금을 아무런 제재 없이 착복해온 사실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차 검사는 "향후에도 검찰은 상조업계 비리를 계속 수사할 것이고 경찰도 곧 수사에 나설 것"이라며 "착복을 일삼은 상조업체 대표들은 고객들의 돈을 원상태로 되돌려놓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특히 국민상조는 전국 20개 지점에 회원 10만여명, 상조 관련 자산 400여억원에 달하는 업계 선두권 업체라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게다가 국민상조는 지난 10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상조서비스 소비자만족도 비교정보' 평가에서 최우수 상조업체로 선정됐던 회사이기도 하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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