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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기수의 절규 - 나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어요..

■ 어느 무기수의 절규 - 나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어요
2003년 10월 21일 (화) / 제 564 회

보험금을 노리고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현재 모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존속살해 무기수 김신혜 씨(27). 경찰의 수사 기록 대로라면 그녀는 파렴치한 흉악범이다. 그러나 그녀는 시민단체 에 수십 통의 편지를 보내어 수사에 문제가 있었으며, 자신은 그 런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과연 이 사건 의 진실은 무엇인가.

* 보험금을 노린 살해사건이다
김신혜의 아버지 김 모 씨(당시 52세, 완도 거주)의 시체가 처음 발 견된 곳은 완도의 외진 도로 상이었다. 경찰은 주변에 흩어져있는 자동차 유리 파편 때문에 잠시 교통사고를 의심하기도 했으나, 별 다른 외상이 없는 점으로 보아 타살 후 유기되었을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었다.

범인은 의외로 쉽게 잡혔다. 다음날 밤, 친척과 함께 경찰서에 찾 아온 김신혜(당시 23세)가 순순히 범인이라고 자백을 했기 때문이 다. 사건 두달 전 김신혜가 아버지 앞으로 가입해놓았던 8개의 보 험증서는 매우 타당성 있는 범행 동기로 보였다. 보험금을 노린 존 속살해사건의 전형이었던 것이다. 수사는 종결되었고, 김신혜는 현재 무기수로 3년 6개월째 복역 중이다.

* 나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
그러나 사건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김신혜는 미리 갈아놓았던 30 알의 수면제를 양주에 타서 아버지에게 마시게 하여 죽게 하였다 고 자수했다. 하지만 약을 갈 때 사용했다던 도구에서는 어떤 약성 분도 검출되지 않았다.

수사 기록은 어느새 수면제 30알을 그냥 양 주와 함께 먹게 했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양주병과 술잔도 발견되 지 않아, 결국 바다에 버린 것으로 처리되었다.

취재진은 김신혜가 자수한 이유와 당시 상황이 궁금해서 김신혜 를 직접 면회하여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한 친 척이 자수를 하라고 강요했다는 것. 그 친척은 왜 김신혜에게 자수 를 강요했을까? 취재진은 그 친척과 다른 주변 인물들, 수사 담당 경찰 등을 만나며 이 사건의 의혹을 추적해 보았다.

* 다시 재판을 받게 해 달라
1972년, '춘천 초등학생 강간살인사건'의 '범인' 정진석 씨(68, 가 명)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모범수로 가석방된 뒤, 자신 의 무죄를 인정해달라며 재심을 청구했다.

그는 이미 30년의 세월 을 넘어 칠순의 노인이 되었지만, 아직도 고문을 견디지 못하여 거짓으로 범행을 자백했던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정 씨의 무죄는 본인 만의 주장이 아니다. 당시 정 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증인들 4명이 한결같이 경찰의 회유와 협박 때문에 거 짓말을 했다며 당시의 증언을 뒤집은 것이다. 그러나 정 씨는 고등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여 기각 당했고, 대법원에 즉시 항고했으나 1 년 7개월째 계류 중이다.

취재진은 김신혜 씨나 정진석 씨의 무죄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법원에서 아무리 신중하게 판결한다고 해도 잘못된 판결이 내려질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현재의 사법제도 안에서는 피의 자가 죄의 유무에 대해 재판 받을 기회를 3번 받는다. 3심 확정 판 결이 난 이후에도 결과를 인정할 수 없는 경우, 구제 받는 길은 재 심을 청구하는 것 밖에 없다.

그러나 정진석 씨의 경우로 알 수 있 듯 재심 청구 요건은 매우 까다로워 기각률이 높다. 취재진이 만 난 전문가들은 100명의 범인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억울한 한 사람을 구제하는 것도 사법기관의 역할이 아니겠느냐며, 재심 청 구 요건을 완화시켜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