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노인요양원 체험르포 (상) 존엄을 빼앗긴 황혼
목욕끝난 할머니, 옷도 안 입힌채 복도로…‘벌거벗긴 인권’
목욕도 집단으로 시도…“이꼴 보려고 왔나”
74세 할머니는 사흘만에 집으로 돌아갔다
우리 모두는 늙는다. 그리고 언젠가는 숨진다. 대개 잊고 살지만,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다. 대가족제도가 해체되면서 인생의 황혼을 홀로 맞아야 하는 것도 또다른 숙명이 돼가고 있다. 많은 노인들이 ‘요양원’이라 부르는 노인장기요양시설에 들어간다. 그들도 누구나 꿈꾸는 ‘품격 있는 황혼’을 맞고 있을까? <한겨레>는 기자가 직접 보름 동안 경기도 중소도시의 한 요양원에 자원봉사자로 들어가 일을 하며 취재한 실태를 보도한다. 그곳에서 목격한 ‘웃음기 잃은 황혼’은 누구에게나 닥쳐올 코앞의 미래이기도 하다.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을 썼다.
아들과 며느리가 입가에 머금은 웃음을 할머니에게서는 찾을 수 없었다. 올해 일흔네살의 할머니는 간단한 입소 절차를 마친 뒤 아들 내외의 부축을 받아 노인요양원 구석구석을 생경한 눈빛으로 구경했다. 아들은 연신 “요양원이 너무 좋네요”라고 말했다. 무표정한 할머니는 뭐가 그리 좋다는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지난 8일 오전 경기도 어느 중소도시에 있는 요양원에 이말숙(가명·74) 할머니가 부축을 받고 들어왔다. 40대 후반의 며느리는 할머니가 머물 120호실 바로 앞에 있는 여자 샤워실을 가리키며 “어머니, 이제 밤마다 여기서 씻으시면 돼요. 바로 방 앞이네”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할머니의 무거운 얼굴이 불 꺼진 샤워실을 둘러봤다. 탐탁지 않은 표정이 역력했다.
아들 내외가 요양원을 나서자 할머니는 어린아이처럼 따라나섰다. 할머니와 아들은 한동안 출입문 앞에서 실랑이를 벌였다. “어머니, 이제 여기 계셔야 돼요.” “싫어 나갈래.” 결국 할머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지는 아들 내외의 뒷모습을 넋 놓고 지켜봤다. 안내 데스크에서만 열 수 있는 자동문이 굳게 닫혔다.
할머니는 120호실 창가 옆 침대에 짐을 풀었다. 가장 먼저 꼬깃꼬깃 구겨진 종이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자식들’의 전화번호였다. 할머니는 노란색 테이프를 자원봉사자에게 건네며 벽에 붙여 달라고 부탁했다. 곧이어 간호사가 들어와 할머니 침대에 이름표를 붙였다. 병명란에 ‘치매’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모든 걸 체념한 듯 침대에 걸터앉은 할머니는 나지막한 한숨을 쉬었다.
단체생활에 익숙지 않은 할머니는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사방이 막힌 요양원 공간은 안락이 아닌 답답함을 안겨주었다.
첫날 밤을 보낸 할머니가 아침에 눈을 뜨면서 목격한 것은 같은 방에 누워 있는 할머니들의 기저귀를 가는 남자 요양보호사의 모습이었다. 아무리 노인이지만 남자 앞에서 아랫도리를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겁이 밀려왔다.
할머니는 이날 오전 본인 뜻과는 상관없이 ‘목욕 케어’를 받았다. 매주 화·목요일은 정기적으로 목욕을 하는 날이다. 할머니가 샤워실에 들어갔다. 여자 샤워실이 아닌 남자 샤워실이었다. 여자 샤워실은 불이 꺼져 있었다. 여자 샤워실은 주로 요양원 직원들이 손을 씻거나 양치를 하는 곳으로 쓴다. 정육점에서나 봄직한 고무 앞치마와 고무장화를 신은 요양보호사들이 들어와 목욕대에 누운 할머니의 옷을 벗겼다. 옆에는 이미 다른 할머니가 누워 있었다.
목욕을 마친 할머니는 벌거벗은 채 복도를 거쳐 방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불 한장으로 대충 몸을 가렸다. 그 광경을 오가는 직원들이 쳐다봤다. 방에 돌아온 할머니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내가 이 꼴을 보려고 여기에 왔나….” 이말숙 할머니는 입소 이틀 만에 집으로 돌아갔다.
이말숙 할머니가 이틀 만에 질겁을 하고 집으로 돌아간 가장 큰 요인은 성적 수치심이었다. 요양보호사들이 노인들을 목욕시키는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인격권은 흔히 무시된다. 요양보호사들의 일정에 따라 남성 요양보호사가 할머니를 씻길 때도 있고, 그 반대의 상황도 발생한다. 목욕을 하는 동안 샤워실 문은 활짝 열려 있다. 보통 2명이 함께 목욕을 하는데, 목욕이 끝난 할머니·할아버지들은 수건이나 이불로 허술하게 몸을 가린 채 복도를 걸어 방으로 돌아간다. 샤워실 안에서 옷을 갖춰 입고 나오는 이들은 볼 수 없었다.
이말숙 할머니도 이런 치욕적인 상황을 겪었다. 요양보호사가 빠져나간 뒤 할머니 방에 조심스레 들어가보니, 할머니는 주섬주섬 옷을 입고 있었다. “내가 창피해서 고개를 못 들겠어. 내가 별생각을 다 했네.” 할머니는 고개를 푹 숙였다.
‘단체 목욕’을 마친 다음 날인 4월10일, 이 할머니는 아들을 불러 집으로 돌아갔다. 기자가 출근하니 이미 침대는 비어 있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묻자 간호사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할머니가 ‘내가 여생을 이런 데서 보낼 수 없다’ 이러시면서 갔어요. 더 좋은 데 가시겠지 뭐.”
목욕 때면 수치심에 몸 떨어
할아버지 “옷 줘” 고함
■ “창피해” 할아버지의 절규 기자가 요양원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한 직후에는 청소 등 허드렛일만 시켰다. 그러다 직접 ‘목욕 봉사’를 할 기회가 생겼다. 자원봉사 사흘째인 4일이었다. 남자 요양보호사 가운데 경력이 오래된 ‘박 팀장’(가명)이 어느 방으로 기자를 이끌었다. 그곳에 머무는 김경덕(96) 할아버지를 씻기라는 주문이었다. 박 팀장은 할아버지를 부축하고 샤워실에 도착하자 목욕법을 상세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옷을 어떻게 할까요?”라고 묻자 “문밖에 내놔요”라고 대답하더니, 박 팀장은 샤워실 문도 닫지 않고 나갔다. 문의 개폐 여부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기자가 문을 닫은 뒤 목욕 준비를 시작했다. 할아버지의 마른 몸에서 옷은 쉽게 벗겨졌다. 할아버지의 알몸이 드러나자마자 3평 정도의 작지 않은 샤워실에 금세 악취가 가득 찼다. 노인들에게서 나는 특유의 체취와는 차원이 다른 냄새였다.
거울 밑에는 거품목욕용 수건이 한 장 걸려 있었다. 에이(A)동 환자 29명이 그 한 장으로 전부 몸을 닦았다. “이거 한 장으로 다 닦나요?” 기자가 지나가는 요양보호사에게 물어보니 “괜찮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할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물 따뜻하죠?” “시원하시죠?” 기자의 연이은 질문에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목욕이 끝나갈 무렵, 할어버지가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 “창피해!”
귀가 어두운 할아버지의 목청은 컸다. 왜 창피하냐고 물으니 “내가 전립선(병)이 있어. 오줌도 지려. 그래서 냄새가 많이 나. 누가 이렇게 보면 창피해.” 할아버지는 자신의 몸만큼 말라붙은 그곳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악취의 원인은 할아버지의 전립선 질환 때문이었다. 목욕을 마친 뒤 샤워실 문을 열고는 “할아버지 옷 좀 주세요”라고 소리쳤다. 아무도 나와보지 않았다. 복도를 돌아다니면서 옷을 요청하자 마침 지나가던 박 팀장이 “일단 방으로 가라고 하세요”라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마른 수건 한 장으로 앞을 가린 채 구부정한 자세로 엉금엉금 방을 향해 걸었다. 그 광경을 복도를 지나가는 직원들이 쳐다봤다. 할아버지는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옷 줘”라고 고함쳤다. 다른 일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보니 할아버지는 알몸으로 쭈그리고 앉아 서랍장 속의 옷을 꺼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왜 이리 급하시냐”며 박 팀장이 다가와 할아버지의 속옷을 입혔다. 옷을 입은 할아버지는 한동안 침대에 누워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 손자뻘 기자 앞에서 기저귀 가는 할머니 오전 6시 요양원의 아침을 여는 ‘기저귀 케어’도 문제가 많다. 거동이 힘들어 침상에만 누워 있는 노인들은 스스로 변을 가리지 못하기 때문에 주기적인 기저귀 교체가 필수다. 이때 남자 요양보호사가 할머니의 기저귀를 갈기도 하고, 여자 요양보호사가 할아버지의 기저귀를 갈기도 한다. 노인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의식이 없는 중증 뇌졸중 환자나 치매 환자들은 본인의 의사를 밝힐 수 없지만, 일부 노인들은 거부 의사를 밝히기도 한다.
박 팀장은 남자임에도 익숙하게 할머니들의 아랫도리를 벗겼다.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김숙의(가명·76) 할머니는 “아 고마, 내가 손주 앞에서 별꼴을 다 보이는고마. 어쩔 수 있나, 내 몸이 이런데”라며 허허 웃었다. 옆자리에 있던 한정임(가명·84) 할머니는 박 팀장이 다가서자 손사래를 쳤다. “내가 할게, 놔둬.” 박 팀장이 “괜찮아요, 손자라고 생각하세요”라며 달랬다. 그래도 한 할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기저귀 케어 과정에서 나는 악취는 상상을 초월한다. 노인의 채취와 배변물이 섞인 냄새는 500평 크기의 요양원 전체에 진동한다.
출근을 하면서 유독 냄새가 심한 날이 있었다. ‘사고’가 터진 날이다. 요양보호사들이 말하는 ‘사고’는 치매 노인들이 대변을 보고 나서 손으로 이리저리 헤집으며 ‘난장판’을 만든 상황을 말한다. ‘사고’가 터지면 목욕도 새로 시켜야 하고 침대 시트와 옷도 빨아야 한다. 냄새는 하루가 지나도 빠지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인권 침해가 발생한다.
치매로 입원한 이현덕(가명·65)씨의 손은 항상 천으로 된 끈에 묶여 있다. 요양보호사 ‘이 선생’(가명·요양보호사는 서로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쓴다)은 왜 손을 묶어놓았느냐는 질문에 “똥을 발라놓는 정도가 아니야. 말도 못해”라며 고개를 저었다. 순간 지나가는 간호사가 한마디 했다. “공단에서 점검 나올지도 몰라요. 좀 풀어요.” 하지만 기자가 일하는 2주 동안 이씨의 손은 묶여 있었다. 기자가 일을 관둘 때쯤에는 묶어놓은 손을 이불로 가려놓았다.
치매 할아버지 두손 묶어놔
“공단서 점검 나올리 모른다
풀어주는 대신 이불로 가려”
■ 신체 자유 억압에 반말까지 밖으로 나가는 문은 모두 직원들이 통제했다. 심지어 비상구라고 쓰여 있는 문에도 번호키를 채워놓았다. 치매 노인의 실종을 막기 위한 조처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노인들을 불법 감금하는 상황으로 귀결된다.
아파트 앞 상가에 위치한 이 요양원에 한번 들어오면 가족이 따로 외출 신청을 하지 않는 이상 노인들이 자발적 의사로 밖에 나가기가 쉽지 않다. 불이라도 나면 큰 인명 피해가 날 수도 있다. 지난 2월 일본 나가사키의 한 치매노인 시설에 불이 나 4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고가 남의 일만은 아니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 여생을 보내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래서 요양원의 노인들은 자꾸 침대에서 일어나려 하고 걸으려 했다. 실제 혼자 걸어다니다 넘어져 얼굴이 시퍼렇게 멍든 할머니도 있었다. 이들에게 파란 하늘과 구름은 항상 창밖의 풍경일 수밖에 없다. 이런 통제는 사실상 환자보다는 시설의 편의를 위해서다. 2006년 복지부가 만든 ‘노인복지시설 인권보호 및 안전관리지침’ 어디에도 요양시설 안에서만 생활하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손톱깎이 하나로 수십명 깎아
식초 희석한 물 뿌리며
“소독하는 것” 민간요법 버젓이
의료 서비스도 부실해 보였다. 요양원이 있는 상가 안의 내과의원과 연동해 노인들에 대한 처방과 투약을 했지만,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았다. 자원봉사자인 기자에게도 노인들의 투약을 맡겼다. 중증 치매와 욕창으로 24시간 침대 생활만 해야 하는 임순말(가명·87) 할머니는 주기적인 약 복용이 필수다. 하지만 기자에게 내려온 지시는 밥을 먹고 난 뒤 반찬 종지에 물을 부어 가루약을 타 먹이라는 것이었다. 임 할머니는 “써, 써” 하면서 약을 게워냈다. 대부분의 약이 입 속이 아닌 입 밖의 목을 타고 가슴팍으로 흘러내려갔다.
■ 손톱깎이 하나로 수십명이 사용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노인들이 당하는 문제는 또 있다. 상상할 수 없는 비위생적인 일들도 벌어졌다. 자원봉사 첫날인 4월2일 요양보호사는 대뜸 기자에게 “‘손발톱 케어’를 부탁한다”며 천으로 된 주머니를 건넸다. “너무 바짝 깎지 말라”는 게 유일한 주의사항이었다. 주머니를 열어보니 손톱깎이 하나가 들어 있었다. 첫번째 방에 들어가 한 할아버지의 양말을 벗기니 발톱 무좀이 심각한 상태였다. 기자가 위생장갑을 요구하자, 요양보호사는 그때에야 일회용 비닐장갑을 한 장 내줬다.
첫번째 환자의 손발톱을 깎고 다음 환자로 옮겼을 때 기자가 “이 손톱깎이 하나로 여기 계시는 분들이 다 쓰나요?”라고 묻자 요양보호사는 별걸 다 묻는다는 표정으로 “괜찮아요”라고 대답했다. 다른 노인들의 손발톱 상태도 심각했다. 노인들 가운데 어림잡아 30% 이상이 무좀을 앓은 듯 손발톱이 고목 껍질처럼 두꺼웠다. 일부 노인들의 경우 손발톱을 깎다가 난 상처로 보이는 피딱지들이 붙어 있었다. 그럼에도 손톱깎이 하나로 모든 노인들의 손발톱을 처리했다. 손발톱 케어가 끝나자 요양보호사는 다시 손톱깎이가 든 주머니를 물품창고로 가져갔다. 자외선 살균처리기 같은 소독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각종 감염의 우려가 높아 보였다.
기저귀 케어를 하는 과정에서도 열악한 위생상태를 엿볼 수 있었다. 한 요양보호사는 뇌졸중으로 입원한 할아버지의 기저귀를 갈면서 분무기로 물을 뿌렸다. 시큼한 냄새가 퍼져나왔다. 물어보니 “식초를 희석한 물”이라고 대답했다. 환자가 배변을 하고 난 뒤 식초를 희석한 물로 세척을 하는 것이다. 환자의 배변 냄새와 식초 냄새가 더해져 병실 안은 금세 쿰쿰한 냄새로 가득 찼다. 요양보호사는 “식초를 희석한 물로 닦으면 어느 정도 소독이 되겠죠?”라고 말하며 익숙한 솜씨로 기저귀를 갈았다.
이에 대해 피부과 전문의인 최형우 웰스피부과 원장은 “식초로 피부를 세척한 뒤 화학적 화상이 발생하고, 2차적으로 세균에 감염돼 패혈증을 일으킨 사례가 있다. 저항력이 떨어지는 만성 질환자나 노인들에게 식초를 쓰는 것은 특히 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노년의 인권은 어디에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치매 등 노인질환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노인의 병간호와 돌봄을 가족이 전적으로 감당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선진국은 일찌감치 ‘노인복지’ 차원에서 국가가 나서 그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8년 사회보험제도의 하나로 ‘노인장기요양제도’를 도입했고, 그 뒤 노인장기요양시설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그래프)
하지만 기자가 살펴본 요양원에서 지내는 노인들은 가족이 해주지 못하는 보호를 받으며 ‘존엄한 노년’을 보낼 권리를 누리기는커녕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취재를 하면서 병상에 누워 있는 노인들이나 그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요양원 직원들 모두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함을 목격할 수 있었다. 환자 스스로는 ‘늙고 병들었으니 별수 있나’라고 체념하고, 직원들은 ‘정신없는 노인들이 뭘 알겠느냐’고 방치하는 무딘 인권 의식이 요양원 전체를 지배했다.
이 요양원에서만 이럴까? 노인 120명이 생활하는 서울의 대형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한 요양보호사는 “일이 힘들다 보니 누워 있는 노인들이 인지능력이 없다는 생각으로 막 대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인지능력이 있는 노인들도 본인들이 환자다보니 참는 것 같다. 나도 처음엔 힘들었지만 하다보니 익숙해졌다”고 털어놨다. 환자복지센터의 양봉석 소장은 “시설 노인에 대한 상세한 인권 실태 지표를 만들자고 여러 차례 당국에 건의했으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하루빨리 상시감시 체제를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시설 이용 노인들의 인권 실태조사는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이틀 만에 집으로 되돌아간 이말숙 할머니의 사례와 요양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상황들은 노인복지법이 명시한 법의 기본이념을 다시금 되묻는다. ‘노인은 후손의 양육과 국가 및 사회의 발전에 기여해 온 자로서 존경받으며 건전하고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는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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