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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자연 속에는 수 많은 길들이 놓여져 있다.

자연 속에는 수 많은 길들이 놓여져 있다.
길..그 중에서도 사람이 모여 사는 골목길은
우리에게 삶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공간이다.
도시는 이미 모든 게 디지털 시대의 정밀함처럼
재개발 바람을 타고 구획정리가 되어 버렸고
소방도로가 뚫리면서 골목과 골목은 바둑판처럼
획일화가 된지 이미 오래 되었다.

요즘엔 일직선을 고집하며
조금의 굴곡도 허용치 않는 길을
달리다 보면 탁 트인 시원함보다는
웬지 면도날에 베인 듯 저릿함이 몰려올 때가 많다.
어디 그 뿐이랴, 시골의 마을을 감싸고 돌던 맑은 실개천도
하천이라는 이름으로 일직선으로 바뀐지 오래다.

어쩌면 구불구불하게 이어지고 펼쳐지던
그 옛날의 길이 그리운 건, 자꾸 뭔가를
놓치고 사는 것만 같은 허전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삶이 깃든, 올망졸망한 골목길에서
어린시절을 보내지 않았던가
좁은 골목길에 관한 추억 몇 개쯤
가슴에 품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상처와 기억을 온전히 간직한 골목길은
이처럼 우리네 인생과 무관하지 않다.

나이테가 나무의 생을 압축하고 있다면
지난 날의 골목길은 가난했던 시절을 기억으로 간직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딱지치기와 구슬치기로 술렁대던 그 골목길 담장에는
호박넝클이 걸려 있었으며 담을 타고 넘은 감나무의 홍시는
나무 주인의 것이 아니라 동네 아이들의 차지었고
그러나 그 누구도 그걸 나무라지 않는 훈훈한 인심이 있었다.
가끔은 집이 좁아 손님을 변변히 모실 자리가 부족할 때는
집 앞 골목길에 평상 하나 갖다 놓으면
거기가 바로 내 집 마당이고 거실이 되었던 시절..

이 외에도 골목길은 또 다른 이면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따사로운 햇볕이 드는 자리엔 바리깡을 들고 서 계시던
동네 아저씨의 자상한 모습이 있었고 길다란 보자기를 몸에 두르고
잔뜩, 얼굴을 찌푸린 채 이발이 끝나기만 기다리던 아이의 표정도 있었다.

골목길...세상과 사람이 모이는 공간이었고
대화와 나눔과 인심이 가득했던 장소였기에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향수로 남아 무언가를 자꾸
말해 주고 있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