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비자신문고

'실버타운'은 '사기'다

안타깝게도 결국에는 이 한 마디로 요약된다.
우리나라에서 실버산업 중 하나라고 하는 '실버타운 사업'은 결국 노인복지를 가장한 '사기사업'으로 봐야 한다.

이렇게 된 데는 주무부서인 '복지부'의 잘못이 제일 크다.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첫 단추를 살펴보자.

첫 단추, 1993년 노인복지법 개정

1993년 겨울, 우리나라 복지 역사상 일대 사건이 일어난다.
바로 노인 복지의 민영화!

복지사업의 참여를 민간에게 허용하게 된 것이다.
(이는 의료민영화와 그 원리가 같은 일이다)

그리고 일본의 '유료노인홈'을 본따서 '유료노인복지주택'을 법에 넣게 된다.
이것이 노인복지 역사에서 잘못된 첫 단추가 된다.
곧 닥칠 고령사회를 대비하는 첫 단추를 잘못 채운 것이다.

일본의 '유료노인홈'도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독일의 '알텐본하임'이다.
일본은 독일의 영향을 받았고 우리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 '노인복지법'이란 것을 만든다(1981년).

그리하여 '알텐본하임(Altenwohnheim)' 이 '유료노인홈'이 되고, 다시 우리나라에서는 '유료노인복지주택'이 된 것이다. 그런데 용어의 선택에 근본 문제가 있었다. 기존의 '양로시설' 혹은 '양로원'이라는 명칭이 유,무료에 상관없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준다는 믿음으로 인해 이 선진국형 노인주거복지(유료양로)시설을 유료노인복지'주택'이라 이름하였던 것이다.

복지시설의 '분양'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이었지만, 1997년 업자들의 로비에 의해 노인복지법이 다시 한번 개정되고 이 노인복지시설(유료노인복지주택)에 대한 '분양'이 허용되면서 첫 단추의 잘못이 큰 문제로 확대되기에 이른다.

독일의 '알텐본하임'이나 일본의 '유료노인홈'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유료노인복지주택' 정책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 째, 독일이나 일본에서는 이를 주택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과
둘 째, 독일이나 일본에서는 그 시작 단계부터 적극적인 행정개입으로 인해 어르신들의 '권리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원한 반면교사, 독일과 일본 독일의 경우를 보자. 독일의 노인복지시설(노인입소시설)은 모두 유료로 운영된다. (운영주체는 사회복지법인만이 될 수 있어 자연스럽게 행정적인 지도하에 놓이게 된다) 여기서 유료 운영이라는 의미를 따져 보자. 독일에는 약 9,000여 개 이상의 노인시설이 있고, 시설에 거주하려는 노인들은 자신의 연금이나 저축, 또는 보험금으로 입소비용을 납부해야 한다. 노령연금 등 사회보험으로 입소비용을 납부할 형편이 못되는 경우에는 사회부조(Sozialhlife)를 통해 그 부족분을 지원받을 수 있다.

노인집합주거시설은 유료로 운영되기 때문에 입소자들은 자신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서 그 선택의 폭 또한 상당히 넓어지게 된다.
사회보험이나 그것도 안 되면 사회부조로 입소비용을 충당한다는 말은 결국 '공짜'나 다름없다는 말이 아닌가! 하지만 다르다.

독일의 시설 입소 어르신들은 그 누구도 '공짜'로 시설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자신의 '사회기여금'으로 시설 입소가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사회기여금이 연금이든, 사회부조이든 간에. 이는 '공짜'와는 확연히 다른 개념이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무료' 양로원 이라는 개념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국민연금이나 (형편이 어려운 경우에는) 사회부조금으로 비용을 입소 노인 스스로 지불한다는 개념으로 사고의 틀을 바뀌어야 할 것이다.

경제적 여건에 따른 선택의 폭은 넓혀야 겠지만, 그 누구도 공짜로 또는 국가적 시혜로 자신의 몸을 의탁한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할 것이다. 복지는 당당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의 경우는 1980년대 일련의 '유료노인홈 사태'를 겪음으로써, 민영화의 폐단을 절실히 깨닫게 된 계기가 된다. 이에 일본 정부(후생노동성)는 노인복지법의 전면 개정 등을 통해 그간 민간사업으로 간주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행정개입을 하게 된다.

그 대표적 결과물이 새로운 가이드라인(유료노인홈 설치운영 지도지침)인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00년대 들어서 개호보험(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시행하는 등 초고령사회를 대비한 노인정책의 일대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 결과물이 2009년의 '일본 고령사회백서'이고, 여기에는 '유료노인홈'이 주요 정책에서 빠져 있다. 기본방향을 시설 위주에서 재가복지 위주로 곧 유럽식 선진국형 노인복지정책으로 그 정책기조가 돌아선 것이다.

노인청 신설의 필요성 고령자 인구가 전체 인구의 10%를 넘어서면 복지부에서 독립된 '노인청'이 신설되어야 한다. 그래서 보다 전문적인 계획과 행정개입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실버타운'이라 불리는 이러한 시설들에 대한 '사기 행위'는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인복지주택은 '주택'이 아닌 '시설'이다. 모든 출발은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주택'이라는 용어에 현혹되면 그때부터는 종잡을 수 없게 된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