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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5만원 장례비만 남기도 자살한 어느 할머니의 비애

“이 돈을 가지고 내 장례를 좀 치러주시오.” 지난 14일 오 후 1시7분,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한 아파트에서 김모 할 머니(71)가 가스배관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집 안 에서는 현금 495만원이 든 지갑과 할머니가 쓴 유서가 발 견됐다. “몸이 아파 살기가 너무 힘드니 이 돈을 가지고 장 례를 좀 치러달라”는 내용이었다.

10여년 전부터 주 3회씩 신장투석을 해 오던 김 할머니가 예약날짜에 병원에 오지 않자 이상하게 여긴 간호사 김모 씨(33)가 집에 들렀다가 김 할머니가 숨진 것을 발견해 경 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현관문은 열려 있었지만 집안 은 깨끗했다. 경찰은 외부침입 흔적이 없고 유서가 발견 된 점과 “할머니가 몸이 불편했고 생활고로 힘들어했 다”는 주변 진술에 따라 김 할머니가 처지를 비관해 스스 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할머니는 36년 전 남편과 이혼한 뒤 당시 7세였던 딸 과도 연락이 끊긴 채 줄곧 혼자서 지내왔다. 나이가 들어 서는 병까지 얻었다. 만성 신장질환과 고혈압 등 지병으 로 신장장애 2급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몸이 좋지 않 은 탓에 기초생활수급비 20여만원 이외에는 별다른 돈벌 이도 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할머니는 자살을 결심한 후 그동안 모아 둔 전재산 495만원을 통장에서 찾아 현금으로 지갑에 넣어 뒀다. 경 찰 관계자는 “장례를 치러달라고 돈을 마련해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6년 전 헤어진 김 할머니의 딸은 어머니가 사망한 뒤에 야 어머니의 소식을 듣게 됐다. 김 할머니의 딸은 사망 소 식을 듣고 경찰서를 찾아 “일곱 살 때 어머니와 헤어진 후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다”고 진술하며 오열한 것으로 전 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