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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누설 등 레임덕 징후 사전차단 조치 분석

[CBS 권영철 선임기자]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청와대가 전 직원을 상대로 내부 감찰을 벌이는 동시에 강도 높은 공직기강 점검에 들어갔다. 청와대의 대대적인 감찰은 집권 4년차를 맞아 권력형 비리를 막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아들 부정입학` 의혹을 청와대 내부에서 야당에 흘렸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감찰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는 `청와대는 왜 대대적인 감찰조사에 착수했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청와대가 대대적인 감찰에 착수한 건 맞나

= 맞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감찰과 동시에 대대적인 공직기강 점검에 나섰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직원을 대상으로 한 감찰은 최근 잇따라 나타나고 있는 청와대 직원들의 비리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집권 4년차에 권력형 비리가 나타나기 쉬운 만큼 예방차원에서 대대적인 감찰을 벌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기적으로 설날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공직기강 점검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청와대가 내부직원들의 비리연루를 막기 위해 내부감찰에 나섰다는 얘기인가

= 그렇다. 최근 청와대 내부 직원들이 각종 비리 사건에 잇따라 연루되고 있기 때문에 대대적인 감찰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청와대 배건기 전 감찰팀장이 함바집 비리의혹에 연루돼 사직한 뒤 검찰 조사를 받았다. 청와대 경호처 정보통신전문기술직 간부로 근무하던 이 모 씨는 최근 경호업체에 청와대 대공 방어 시스템 개발 사업에 관한 비공개 문서를 유출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지난해에는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이 청와대 내부정부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비리가 대통령의 레임덕을 불러올 정도의 `권력형 비리`, 이른바 게이트 정도는 아니지만 직원들의 각종비리 연루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는 것은 결코 그냥 넘길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집권 4년차에 각종 권력형 비리가 가장 많다는 점도 청와대가 긴장의 고삐를 죄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아들의 부정입학 의혹을 야당에 흘렸다는 의혹 때문에 감찰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 오늘 주목하고자 하는 부분이 바로 그 점이다. 청와대의 대대적인 내부감찰은 정보누설 같은 레임덕 징후를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청와대는 지난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차남의 서울대 로스쿨 부정입학` 의혹을 폭로한 민주당이 청와대 간부로부터 그 소식을 들었다는 말이 나온 뒤 청와대 내부직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실여부) 확인해 보니 근거가 없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진상조사를 벌였음을 시인한 것이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도 "그럴 리가 없다고 확신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일단 확인은 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내부자의 `정보 흘리기` 의혹에 대해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청와대 내부 관계자가 민주당에 정보를 흘린 게 맞나?

= 민주당에서 그렇게 주장을 하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19일 MBC 시사프로에 출연해서 "이 문제를 폭로한 이석현 의원에 따르면 청와대에 근무하는 분의 발언 내용이 녹취가 돼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청와대 사람과 이 의원에게 제보한 사람이 나눈 대화내용"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와 통화를 해보니 "이석현 의원이 그렇게 얘기했다"면서 "이 의원이 그 녹취내용을 들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하자면 청와대 내부관계자가 안상수 대표 아들의 부정입학 연루 의혹을 흘린 것이 맞다고 봐야 한다. 이 사실을 처음 공개한 이석현 의원이 전혀 근거 없이 `부정입학` 의혹을 제기한 게 아니라 확인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정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서울대의 해명으로 `부정입학`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제는 민주당과 청와대가 `정보누설` 문제로 진실공방을 벌이는 모양새가 됐다.

▶그렇지만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며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데?

= 청와대의 민주당 비판 강도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은 박지원 원내대표의 제보설 주장에 대해 "모략의 대가 박지원 대표의 야바위 정치를 아직도 믿는 사람이 있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는 "박지원 원내대표는 자신의 주장이 허위로 드러날 경우 엄중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민주당이 마타도어 해서 내부혼란을 일으켜 서로 이간질 시키려는 것"이라면서 녹취가 있다면 공개하고 제보한 사람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청와대의 입장이 상당히 강경한데 왜 그런 거냐?

= 매우 민감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낙마는 사실상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주도한 이른바 `거사` 때문이라는 것이 청와대의 시각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딱 한 사람에게 감정 있다’며 안상수 대표에게 서운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래서 오는 26일로 예정됐던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의 만찬이 취소될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 내부에서 안상수 대표의 `약점`을 야당에 흘렸다는 것은 여당인 한나라당과 청와대 당청관계가 파열음을 내는 모양새가 되는 것이다. 청와대에서는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란`이 서운하고 괘씸한 일임에 틀림없겠지만 그렇다고 임기가 2년 이상이 남았는데 당과 완전히 결별할 때도 아니다. 밉지만 함께 가야 하는 그런 처지인데 청와대가 안상수 대표를 겨냥해공작정치를 펼치고 있다는 의혹을 그냥 넘기기에는 사안이 너무 민감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에 대한 강경대응은 한편으로는 한나라당을 겨냥한 조치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제보자가 정말 청와대 관계자가 맞나?

= 그 점이 매우 궁금하다. 그렇지만 제보자의 신상이 공개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진실공방을 벌이고 법정다툼으로 이어지더라도 제보자의 실체가 밝혀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언론에서도 제보자의 신상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 않느냐? 특히 정부여당 내부자의 정보가 절실한 야당에서 제보자의 실체를 공개한다는 건 다른 제보자를 미리 차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정부의 한 사정라인 관계자는 "제보자가 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확인도 안 되고 확인할 방법도 없다"면서 내부를 단속하는 일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제보자를 밝힐 수 없는 사안이라면 폭로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결국 `저질수준의 폭로전`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청와대 대변인이 박지원 대표에 대해 `야바위`라며 비난하자 `막말을 하지 말라`며 청와대를 공격하면서 `저질공방`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감정 섞인 강경대응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이해하겠지만 그렇다고 `야바위`가 뭐냐"면서 말을 가려서 하라고 김희정 대변인을 겨냥해 따끔한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조금은 다른 얘기지만 청와대 비서관들의 휴대전화 통화내역도 조사했다고 하던데?

= 그런 보도가 나왔다. `주간동아` 최신호가 보도한 내용인데 이명박 대통령이 연초 신년연설 원고 독회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데 대해 격노하면서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실이 대통령 수석비서관과 비서관들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조사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중앙일보`가 대통령 신년 특별연설을 앞두고 회의 내용을 기사화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격노해 “묵과하지 않겠다”고 했고,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지난 9일 자신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 자리에서 수석과 비서관들은 휴대전화 통화내역 조회 동의서를 쓰도록 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민정수석실이 통화내역을 확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통화내역 조사 여부와 관련해 조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시인했고, 장석명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은 “현재 조회 중이며, 당시 조회 동의서를 쓴 수석과 비서관이 많아 통화내역을 다 확인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며 휴대폰 통화내역 조사사실을 인정했다.

▶청와대가 `레임덕`이라는 용어에 민감하긴 민감한 모양이다. 내부감찰도 모자라서 수석비서관과 주요 비서관들의 휴대전화 통화내역까지 조사하는 걸 보니 말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레임덕`이라는 용어를 매우 싫어하는 것 같다.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까지 레임덕은 없다”고 말했는데 이 말이 상징하는 바가 매우 크다. 레임덕이라는 것이 원한다고 오고 원하지 않는다고 오지 않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레임덕을 막는다는 것은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인데 가는 세월을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은 아니다. 청와대가 연일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하면서 매사 대통령이 챙기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 대통령이 관심을 나타내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대통령이 지나치게 세세한 일에까지 나서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대통령이 `나 아니면 안 된다`는 모습을 보일수록 여당인 한나라당의 거리두기는 늘어날 것이다. 핵심 개국공신으로 불리는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의 최근 잇따른 소신행보는 그래서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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