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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가 치킨 팔면 소비자에게 이익, 과연?"


 

"롯데마트가 치킨 팔면 소비자에게 이익, 과연?"

MBC 100분 토론, '통큰 치킨'을 둘러싼 논쟁

자유시장이냐, 공정경쟁이냐.

17일 <MBC 100분 토론>에서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이 남긴 논쟁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자유와 공정'의 대립이었다. 대형마트의 치킨 시장 진출을 자유에 맡기자는 쪽은 "경쟁이 심화되면 소비자에게 이익이거나 기업 혁신이 촉진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정한 경쟁 틀을 만들어야한다는 쪽은 "이미 대형마트는 '자유롭게' 영세상권을 침범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이미 포화상태인 치킨 자영업자들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5000원 치킨, 불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진행된 토론에는 소비자, 영세자영업자, 프랜차이즈업체, 대기업을 아우르는 토론자들이 나와 △대형마트와 경쟁하면 자영업자는 몰락하나 △치킨 적정가는 얼마인가, △대형마트의 영세 분야 진출이 경제에 이득인가 등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토론자로는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조동민 한국 프랜차이즈협회 부회장, 김남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우석훈 2.1연구소 소장이 참여했다.

▲ 롯데마트는 '영세 상인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비난 여론에 지난 16일부터 5000원짜리 '통큰 치킨' 판매를 접었다. 사진은 통큰 치킨을 먹기 위해 소비자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 ⓒ연합
소비자 이익과 중소상인 생존권은 양립할 수 있나?

김남근 민생희망본부장은 롯데마트가 5000원짜리 치킨을 내놓았다가 비난 여론에 밀려 판매를 접은 사태를 두고 "중소 상인의 위기의식이 반영됐다"고 평했다. 그는 "대기업이 얼마 전 빵집을 석권하더니 이제는 떡집으로 진출하고, 비빔밥 전문점까지 차렸다"며 "중소상인의 영역에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는다는 금도가 무너지면서 대기업 윤리가 문제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 이익과 중소상인 생존권은 양립할 수 있다"며 "어느 하나를 희생하기보다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둘 다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은 "소비자 이익과 중소상인 생존권 중에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대·중소기업이 사이좋게 지낸다는 말은 경쟁하지 않고 값을 높이 받는다는 얘기"라며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치열하게 경쟁해서 소비자가 양질의 좋은 제품을 싸게 공급 받을지 아닐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000원 치킨은 가능한가?

가격에 대한 논쟁도 이어졌다. 조동민 한국 프랜차이즈협회 부회장은 "대형마트가 출혈경쟁을 하느라 미끼 상품을 던지면서 한국의 가치 체계를 흩뜨려 놨다"고 말했다. 치킨을 5000원에 팔면 역마진(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아 손해를 보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조 부회장은 "대형마트는 생닭고기는 1kg 당 6~7000원에 팔면서, 어떻게 부가가치와 인건비가 들어가는 치킨은 한 마리에 5000원에 팔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5000원이 정당한 가격이었다면 영세상인들이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도 "이마트에서 피자를 팔았을 때는 이렇게까지 파장이 크지 않았다"며 "피자를 11500원에 팔면 이익이 남지만, 치킨을 5000원에 팔면 손해"라고 거들었다. 이 소장은 미끼 상품이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대형마트가 미끼 상품으로 소비자들을 매장에 끌어들이는 대신 다른 상품에 가격을 전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규재 논설위원은 "역마진 가격은 소비자가 아니라 사업자가 판단할 일"이라고 일축했다. 5000원 치킨 판매 전략은 사업자가 시장에서 치고받고 싸우면서 승자가 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대형마트의 영세 분야 진출이 경제에 이득인가

화제는 대형마트와 영세치킨 업자의 경쟁으로 넘어갔다. 이경희 소장은 대형마트가 포화상태인 치킨 시장에 들어서면 소상공인은 몰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기업 투자비가 몇 억 원대인 반면에 자영업자는 4~7000만 원 소자본으로 시작하는데다, 이마저 절반은 대출을 받기 때문에 '게임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정규재 논설위원은 "작은 항공사가 저가항공으로 대형항공사 영역을 비집고 들어왔다"며 "중소기업도 혁신만 제대로 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김남근 민생희망본부장은 "중소상인이 경쟁력을 강화하고 선진화해도 대기업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이 치킨, 떡, 피자를 만든다고 해서 한국 경제가 혁신되는 것은 아니"라며 "이러한 분야는 중소상인들의 경쟁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대형할인점이 들어서면 다른 중소기업에도 기회가 돌아간다는 반박도 나왔다. 김정호 원장은 예를 들어 "이마트가 들어서면 이마트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에게는 큰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 단, 직접 경쟁관계에 있는 동네 치킨 상인에게는 타격이 간다는 단서가 붙었다.

우석훈 소장은 "대형마트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기했다. 그는 "지역 상인이 번 돈은 지역에 남지만 대형마트가 벌어들인 돈은 서울 본사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제도적 상생 필요" vs "시장에서 해결해야"

토론이 끝나가면서 논쟁은 결국 '자유시장이냐, 공정경쟁이냐'로 돌아갔다.

정규재 논설위원은 시장과 정치 영역을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프랜차이즈 치킨업체가 롯데마트와 시장에서 싸웠어야 했다"며 "피켓 들고 '동반 상생'이라는 구호를 들고 싸우는 바람에 오히려 (수세에) 몰렸다"고 지적했다. 경쟁을 통해 해결할 일을 정부와 대중 정서에 호소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창조적 혁신이 일어나야 국가 전체와 국민 경제가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남근 민생희망본부장은 "대형마트가 진출할 업종, 시간, 장소 등을 제한해 소상인을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럽에서는 중소기업고유보호업종을 만들거나 대형마트가 심야에는 영업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도시외곽에서만 영업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의 정책은 대기업이 자율적으로 규제하라는 식"이라며 "말로만 하는 상생, 자율적인 상생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제도적인 상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scRIPT type=text/javascript> document.onload = initFont(); </scRIPT>

/김윤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