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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날'인 2일 한국노년소비자보호연합(이하 한노연)이 운영 중인 피해신고센터 접수 현황에 따르면...

외로움 노린 노인 떴다방(상품판매 이동 홍보관), 金거북이 100배 바가지 씌워
유마디 기자 | 2011/10/0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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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폴리스(벌집 추출액) 148만원, 상어 연골 98만원, 천삼…. 내가 미쳤지, 미쳤어."

대전시 원내동에 사는 유모(여·62)씨는 지난 11월부터 인근 대형 빌딩에서 열린 '잔치'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젊은 여성들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고, 아들뻘인 남자들이 어머님이라고 부르며 살갑게 굴었다.

공연을 보면서 동네 사람들과 한 시간쯤 어울리다 보면 흥은 절정에 달했다. 이때쯤 마이크를 잡은 사회자는 "아버님, 어머님께 좋은 물건 소개해 드리고 싶다"고 말을 꺼냈다.

유씨는 6개월 동안 이런 '잔치'에서 5000만원을 썼다. 포장지도 뜯어보지 않은 물건들이 방 한구석에 쌓였다. 알고 보니 바가지를 써도 이만저만 쓴 게 아니었다. 만복(萬福)을 불러온다고 해서 산 150만원짜리 금거북이의 원가는 1만5000원, 금가루로 그린 그림이라며 300만원에 판매한 '금(金)달마도'는 시중에서 10만원이면 구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전모(60)씨도 "눈에 뭐가 씌었는지 '떴다방' 물건을 사들이는 바람에 며느리 보기가 부끄러워 가출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일명 '떴다방'으로 불리는 상품판매 이동(移動) 홍보관이 노인들을 울리고 있다.

'노인의 날'인 2일 한국노년소비자보호연합(이하 한노연)이 운영 중인 피해신고센터 접수 현황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센터를 찾아오거나 연락한 노인이 300여명에 달했고, 100명은 진정서를 제출했다. "180만원이면 장례가 다 해결된다"고 해서 상조 상품에 가입했지만 본인 사망 후 가족이 500여만원을 더 내야 한다는 걸 뒤늦게 알게 돼 신고한 유가족도 16명이나 됐다.

노인들이 속아서 샀거나 환불을 요구하는 주요 품목은 금거북이(150만원), 금으로 그린 달마도(300만원), 장례용품(180만원), 천삼(178만원), 흑삼(68만원), 프로폴리스(58만원), 난황레시틴(계란 노른자 추출물·276만원) 등 7가지다.

'방문 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소비자가 단순히 마음이 변했거나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14일 이내에 환불을 요구할 수 있지만 며칠마다 지역을 옮겨다니는 '떴다방' 물건 환불은 쉽지 않다. 환불 연락처도 분명하지 않고 아예 제품 포장을 뜯어서 판매해 환불을 막기도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파악한 '노인 떴다방' 숫자는 3000곳에 달한다. 한노연은 피해 노인들이 5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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