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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사랑술에 취하면 내 몸이 있는 줄도 모르니 밤새도록 그대 이름만 부르는 주정을 부려보고 싶다

- 사랑주 한잔할까요? -

수많은 사람들에 가려도 그대가 숨어 있을 듯
피돌기가 빨라지다가
하루의 필름이 다 감기면 무수한 말을 자르고
하얗게 잊고 싶은 밤이 있다
속을 다 비워주고도 버릴수 없는 존재의 고집처럼
식당 테이블 위에서 버티는 소주병과 빈접시에 다시 담기는 내음들로
그대 욕구가 한꺼번에 쏟아진다

희디흰 혼자의 술
물에 젖지 않는 것이 없듯
물로 되어있는 사랑
너무 많이 사로잡혀서
너무 깊이 몸을 담궈
종국엔 그것들을 부정하면서도
깨고 싶지 않아
몸안 깊숙이 뚜껑을 열고 그대를 마신다
술꽃이 반쯤 피면
줄어드는 술병은
사랑덧을 여과하지 아니하고도
홀로 밤하늘을 끌어와
붉은 입술의 노래로 바꾸어
술은 내가 마시는데 사랑이 취한다

타오르는 것이 어둠만의 것이 아닌
도취의 디오니소스를 위하여
마음이 괴로운 이여,
마음이 즐거운 이도 오세요.

사랑술에 취하면 내 몸이 있는 줄도 모르니
밤새도록 그대 이름만 부르는 주정을 부려보고 싶다

글 / 湖夜 이춘효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