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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호사무총장, 사기꾼 조희팔 추정 인물 추적기

조희팔 추정 인물 추적기

 



수만명의 노년층에게 수조원의 피해를 입히고 중국으로 밀항한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의 생사 여부가 초미의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소비자보호단체인 <한국노년복지연합 이하 "한노연">의 노정호사무총장은 최근 중국 현지에 들어가 조희팔로 추정되는 인물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신뢰할만한 생존 정보를 입수했다.

현지 추적 결과 조희팔로 추정되는 인물은 최근까지 중국 산동성 칭다오시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자리한 한적한 한족 농촌에 터를 잡고 조선족 조폭 10여명의 보호 아래 농장을 경영하며 은신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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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노연>은 그 근거로 중국 현지인 제보자 2명을 접촉해 조희팔 추정 인물을 만난 경위와 은신처, 휴대전화 연락처 등에 관한 정보를 입수했다. 이후 중국인 제보자 2명을 대동해 은신처로 추정되는 칭다오 외곽 농촌마을을 수소문해 들어가 추가 정보를 모은 뒤 모든 자료를 칭다오 주재 한국 영사관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현지인 제보자 2명도 한국 영사의 면접 조사에 적극 협력했다. 이 정보를 토대로 현재 법무부와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은 중국 공안과 조희팔 체포를 위해 사법공조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 한노연>이 중국 산동성 칭다오 외곽 한족 농촌지역에 조희팔이 살고 있다는 제보를 맨 처음 받은 때는 조희팔 사기조직의 2인자 강태용이 절강성 쑤저우 근처 우시시에서 한중 수사공조로 체포된지 며칠 지나지 않은 10월 중순, 국내 수사기관의 한 전직 고위 간부가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친구로부터 받은 조희팔 추정인물에 관한 은신 정보를 카카오톡 메시지로 받은 뒤 이를 <시사IN>기자에게 알려온 것을 계기로 제보받은 기자와 친분관계가 돈독한 <한노연>노정호사무총장과 이를 상의하는 과정에서 접하게 되었다. 해당 전직 수사기관 고위간부에게 중국 현지에서 최초 제보 메시지가 접수된 때는 9월29일로서 이때는 강태용 체포(10월10일) 전이라 국내에서 아직 조희팔 관련 소식이 잠잠하던 때였다.
제보 내용은 중국인 여성 2명이 추석 직전에 칭다오 외곽 농촌에서 조선족 조폭 10여명의 보호 아래 농장을 경영하는 50대 후반 한국인 남성(일명 조사장)을 만나 ‘맞선’을 봤다는 것과 그 과정에서 파악한 이 남성의 얼굴 생김새 및 동태가 조희팔과 일치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조희팔 추정인물과 맞선을 본 중국인 여성 2명은 조희팔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두 여성은 맞선을 본 뒤 또다른 한국인 사업파트너의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중국 칭다오 교민들의 동호회 사이트인 ‘청한모’에 올라있는 조희팔 수배 사진을 보고서는 “바로 저사람이었다”고 찍어주었던 것이다.


직감적으로 이번 제보가 가장 신뢰할만한 내용으로서 현장 검증과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에 근거하여 <시사IN>기자와 함께 11월3일 중국으로 건너간 노정호사무총장은 조희팔 추정 인물과 맞선을 보았다는 두명의 중국 여성을 수소문해 만났다. 처음에는 한사코 신변안전 문제로 협조를 꺼리던 두 여성은 한국 정부와 중국 공안이 공조 수사를 벌이고 제보자 신변안전조처를 취하기 전까지는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받고서야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추석 직전에 평소 사업관계로 알고 지내던 조선족 조폭 3명으로부터 칭다오 외곽 농촌에서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한국인 농장주의 시중을 들어줄 여자를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조선족 여성 00씨에게 맞선이라도 봐달라고 데리고 나갔다. 처음에는 우리더러 한국인 농장주가 살고 있는 칭다오 외곽 00 현으로 나오라고 했지만 어렵다고 하자 조폭들이 직접 차를 몰고 와 우리를 칭다오 외곽의 한 한족 카페로 데려갔다”.
이렇게 이뤄진 조희팔 추정인물과의 만남은 40여분 동안 이어졌다고 한다. 맞선 성격의 만남이었기 때문에 두 여성은 상대 남성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생김새와 습관, 동태 등을 꼼꼼히 체크했다고 한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키는 167~170cm, 얼굴은 마른 편, 대머리에 눈썹이 유난히 짙었다. 시종 상체를 좌우로 건들건들 흔들며 일방적으로 자기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스타일이었다.
2. “한국에서 큰 돈을 만지다가 골프장 사업이 잘 안돼 중국에 들어와 산다. 한국에는 1남1녀의 자녀가 있다. 돈은 많이 있고 한국에는 죽을 때까지 안들어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3. 현재 청도시 근교 00현의 농촌 마을에서 조선족 명의로 큰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마늘을 재배해 흑마늘 사업을 할 계획이다. 또 산동성 성도인 지남 근처 ‘지능’에 더 큰 땅을 조선족 명의로 구입해 농장 사업을 확대했다.
4. 돈많은 한국 사람이 혼자 중국 농촌에서 박혀 살면 위험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주변에 조선족 건달 10명 정도가 보호해주고 있어서 안전하게 지내니 그런 걱정은 하지 말라”고 답했다.
5. 신원확인을 위해 여권을 보여달라고 요구하자 “여권은 안가지고 나왔고 중국 하이난섬에서 매 2년마다 비자 갱신해준다”라고 말했다. 비자 갱신 방법이 수상해보여 자세히 캐묻자 당황하며 얼버무리는 것으로 보아 무비자 불법체류자로 보였다.
6. (맞선 상대인 조선족 여성에게) 들어와서 농장 일을 도와주면 섭섭지 않게 월급을 주겠다, 와서 말벗도 해주고 시중을 들어주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7. 아무래도 한국에서 큰 사고를 치고 나온 불법체류자라는 의심이 강하게 들어 "사장님을 모실지 여부를 가서 좀더 생각해보고 연락드리겠다"고 하자, “조사장이라고 불러달라”라며 손수 ‘조유한’이라는 한자 이름과 휴대전화 연락처를 메모지에 적어 조선족 처자에게 건네주었다.
8. 면담이 끝나자 한쪽에서 경호를 하고 있던 조선족 건달 4명이 와서 조사장을 차로 실어갔다.
 
두 여성은 이날 ‘조사장’과 맞선을 본 후  직감적으로 한국에서 큰 사고를 치고 나온 돈 많은 사기꾼일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 만일 있을지 모를 후환이 염려돼 같이 살기가 어렵다고 보고 수락하는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면담은 추석 전주에 이루어졌는데 추석이 지난 9월 하순, 이날 맞선을 주선한 한족 여성 사업가가 평소 사업파트너로 알고 지내는 한국인 사무실에 들렀다가 마침 컴퓨터 화면에 켜진 ‘청한모’ 사이트의 조희팔 수배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맞선자리에서 본 ‘조사장’의 얼굴 형태와 인상착의가 조희팔 수배사진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같이 만난 조선족 여성 00씨를 불러 컴퓨터상의 조희팔 수배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그녀 역시 ‘조사장과 이마, 눈썹 코, 눈 등이 비슷한데 수배사진은 전체적인 얼굴 살이 더 쪄 보인다“라고 반응했다. 당시까지 중국인 여성 2명은 조희팔 사건이 뭔지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들의 대화내용을 들은 한국인 사업파트너는 이 사실을 조용히 한국에 있는 친구인 수사기관 전직 고위간부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냈다.
11월3일 중국 현지에 들어가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후 국내 조희팔 피해자 단체인 바실련 김상전 대표에게 기본 정보를 넘기고 조희팔의 특징과 대조 확인을 요청했다. 김대표는 “168cm전후의 키에 평소 대화 상대 앞에서 상체를 건들거리며 좌우로 흔드는 습성, 일방적으로 자기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버릇은 조희팔과 판박이다. 1남1녀 자녀도 일치한다”라고 알려왔다. 바실련에서는 중국 현지에 있는 기자의 요청에 조희팔의 육성 녹음파일과 각종 얼굴 사진을 추가로 보내주었다. 그 가운데 수배전단에 오른 통통한 얼굴 대신 살이 빠진 상태에서 찍은 조희팔의 갸름한 얼굴 사진을 인화해 보여주자 중국인 여성 2명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거의 동시에 “이 사람이었다”라고 소리쳤다. 반면 조희팔의 육성 녹음파일은 도피 전 사기 피해자들을 상대로 연단에서 강연하는 웅변조의 목소리라서 ‘맞선’자리의 조희팔 추정 인물의 대화 목소리와 같은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인 여성 2명이 맞선 자리에서 만난 ‘조사장’이 조희팔일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한 우리는  두 여성에게 조희팔 추정 인물이 직접 적어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만남을 주선해줄 것을 부탁했다. 조희팔 추정인물과 약속이 잡히면 생존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은밀한 촬영 장비를 구비하고 출발한 노정호사무총장이 증거자료를 수집하기로 하였다. 맨처음 전화에서 신호음이 네차례 정도 울리더니 상대방이 뚝 하고 통화 끊기 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약 30분 후 재차 통화를 시도하자 이번에는 신호음이 3번 울린 뒤 다시 통화 버튼이 꺼졌다. 이후 3번째 전화시도에서는 아예 전화기를 꺼두었다는 중국어 안내 음성만 되풀이됐다. 그날 이후 매일 <시사IN>기자와 노정호사무총장이 번갈아 가며 ‘조사장’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현재까지 전화기를 꺼둔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통화에 실패한 우리는 이튿날 중국인 여성 제보자 2명과 함께 조희팔 추정 인물이 살고 있다는 청도 외곽 농촌지역인 00 현에서 탐문 조사를 하기로 하고 직접 찾아나섰다. 00에서 수소문한 끝에 한국인이 숨어서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마을을 찾아냈다. 먼저 칭다오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자리한 농촌마을 00춘 외곽 간이 슈퍼마켓에 들어가 한국인 농장 사업가를 만나러 왔다고 용건을 꺼냈다. 마침 담배 몇박스를 사서 계산 중이던 40세 전후의 중국 한족 여성이 의심스런 눈으로 일행을 훑어보더니 대뜸 "왜 한국인을 찾는가. 체포하러 왔는가"라고 물었다. 한국인이 여기에 땅을 사서 농장을 하려고 하는데 기존 한국 농장경영인이 있으면 안심이 되고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 만나러 왔다고 하자 그녀는 “00춘 마을에 한국인이 농사를 크게 짓고 있지만 위치는 알려줄 수 없다”라고 거절했다.
00춘은 평야 가운데 움푹 팬 분지형 지대에 자리했는데 외곽 국도에서는 잘 안보이는 곳에 100여호의 농가가 밀집해 있는 한적한 농촌마을이었다. 중국인 기사와 통역 등 안내인 3명이 00춘 마을 작은 수퍼와 골목길에 흩어져 주민들을 접촉했다. 4명의 마을 주민은 한국인 농장경영자의 집을 묻자 하나같이 “왜 찾아왔는가. 우리는 가르쳐줄 수 없다“라며 적대적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한국인 농장주에 대한 정보는 오로지 마을 서기(촌장)에게만 물어봐야 한다며 더 이상 말하기를 주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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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00춘 마을을 한바퀴 둘러보려고 골목에 들어서자 중년 남성들이 애워싸고 눈을 부라리며 멱살을 잡으려 했다. 이런 사태 전개에 통역으로 나선 중국인 3명은 몹시 당황하며 "일단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마을을 철수해야 한다. 무슨 이유에선지 주민들이 한국사람 하나를 똘똘뭉쳐 보호하려고 하는 것 같다"라고 채근해 일단 신변 안전을 염려해 마을을 서둘러 빠져나왔다. 대신 마을 서기 연락처를 입수해서 전화를 걸었다. 이 마을 서기는 중국인 통역과의 통화에서 "한국인은 왜 찾으려 하느냐. 우리 마을에서는 한국인이 아니라 조선족이 큰 농장을 샀다. 일단 만나서 이유를 듣자"고 했다.  수상한 마을 분위기로 보아 그대로 서기를 만나면 안될 것 같아 다시 전화하고 찾아오겠다고 둘러대고 마을을 빠져나왔다.
동행한 중국인 일행은  "중국 어느 농촌 마을을 가도 외국인이 땅 투자를 하겠다고 하면 환대하는게 일반적인데 00춘 마을은 수상한 한국인 하나가 똬리를 틀고 있어서 접근조차 어렵다“라고 말했다. 동행한 2명의 중국 여성은 자기네가 추석 전에 면담한 지모 현 외곽 농촌에 사는 조사장이 이 마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미 한국인 일행이 마을에 찾아온 소식이 파다하게 퍼졌기 때문에 조희팔 추정 인물과 보호세력의 귀에 들어갔을 것을 우려한 일행은 신변 안전상 더이상 독자적 행동을 피하고 지금까지 취재된 모든 내용을 청다오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넘겨 한중 공조 수사 체제를 가동토록 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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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우리일행은 제보자인 중국인 여성 2명을 설득해 한국 영사관으로 찾아갔다. 약 1시간에 걸쳐 조희팔 추정 인물 정보와 취재 내용을 이아무개 영사에게 넘겼다. 조희팔 추정 인물과 맞선을 본 중국인 여성 2명도 영사의 면담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 그녀들이 ‘조사장’으로부터 받은 자필 메모와 전화번호도 영사의 손으로 넘어갔다. 면담 조사를 마친 이영사는 본국에 긴급 보고를 하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귀국 직후인 6월7일 칭다오 이영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분석 결과 매우 신빙성이 높은 조희팔 생존 정보로 판단돼 법무부 국제형사과, 대검 국제협력단, 경찰청 외사국에 긴급 전문을 타전했다. 마침 대검 강력부 변찬우 부장이 한중마약대책회의 참석차 방중해 있어서 긴급보고를 했고, 변부장이 중국 공안 강력부에 조희팔 추정인물 체포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당부하셨다. 한중 공조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이니 결과를 기다려 달라”.
하지만 조희팔 추정인물 정보가 넘어간지 2주일이 되도록 양국 공조 수사는 그다지 진척을 보이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칭다오 총영사관 이아무개 영사는 “산동성 공안과 칭다오 공안에 정보를 넘기고 공조수사를 요청했는데 적극적인 공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산동성 공안에서는 공조를 요청하며 수사 진척 상황을 물으면 짜증을 내며 귀찮아한다”라고 말했다.


 법무부 국제형사과의 한 관계자는 “중국 공안이 적극 수사에 나서기는 했지만 컨텍 포인트가 달라서 걱정이다. 처음에는 중국 중앙공안 국제협작국에서 조희팔 추적 수사를 맡다가 어쩐 일인지 지금은 경제 수사국으로 넘겨 양국 수사공조에 애로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공안에서는 맞선을 본 여자들이 받은 메모상의 조사장이라는 인물이 00춘 마을에는 안산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법무부와 주중 한국 총영사관에서는 중국 공안이 수사 포인트를 잘못 맞추고 있다고 보고 공조 체제 회복을 위해 11월26~27일 북경에서 열리는 한중사법공조 회의에 이 안건을 다시 올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제는 사법공조를 통해 조희팔을 검거하는 것은 정부당국의 몫!

우리는 조희팔이 살아있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