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와 도(道)
[스즈키 슌류 선사]
사실 나도 미국에 막 도착해서 영어 공부를 정말로 열심히 했을때는 아무리 해도 이상하게 실력이 드는 것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한 2, 3년이 지나고 난 후 나의 영어 실력을 돌이켜 보니 처음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음을 감지 할 수 있었는데, 이래서 영어 배우는 것이 도 닦는 것 같다 하지 않았을까 싶다.
영어를 또 오랫동안 배우고 많이 사용할수록 본인이 스스로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를 너무나도 잘 안다. 그래서 영어와 같은 외국어를 오랫 동안 공부한 사람일수록 스스로 자만하면서 자신이 외국어를 잘 한다고 으시대는 법이 없다. 나만해도 영어 공부를 시작한지 20년이 넘었지만 미국 코메디 텔레비젼 프로를 보거나 영시를 읽을때 모르는 표현이 아직까지도 나온다.
또 영어 공부가 많이 된 사람일수록 공부와 생활을 나누어서 따로 하지 않는다. 생활하면서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지 따로 공부 시간을 정해 놓고 하는 것은 아직 영어 공부의 초기 단계에서 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영어 공부가 되어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우연히 본 영어로 된 지하철안 광고 문구나 매일 아침 신문이나 라디오를 통해 접하게 되는 짧은 오늘의 영어 한마디의 내용, 혹은 텔레비젼을 보거나 외국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모르는 단어나 표현이 나왔을때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이 즉각즉각 물어서 외운다.
그리고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마음 공부를 잘 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영어를 잘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지금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는 티를 절대로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전에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한국 모 야구 선수가 미국에서 생활한지 1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할 때마다 우리나라 말을 더듬은 적이 있었다.
사실 이와 같은 현상 또한 영어 공부 초기 단계에서 일어나는 일이지 실제로 영어를 모국어처럼 잘 하는 사람은 한국말을 할 때 일부로 혀를 꼬아가면서 이야기를 하는 법은 없다. 이 점은 마치 막 수행을 시작한 사람일수록 일부로 수행자 티를 내려 하고 가난하게 살다가 운이 좋아 벼락부자가 된 사람일수록 자신의 부를 과시하려 드는 것과 같은 것 같은 이치다.
[출처] [교육] 영어공부와 도 (道)|작성자 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