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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못 먹고 못 입고 못 살던 시절..그때가 좋았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미래라는 말이 주는 모호한 매력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막연히 짐작하건대, 못 먹고 못 입고 못 살던 시절. 궁핍한 오늘을 잊기 위한 가장 좋은 최면이 미래였던 것은 아닐까? 우리가 아는 미래란 언제나 ‘희망찬’ ‘밝아오는’ ‘신세계’였다. 그러한 미래에 대해 집단적인 최면이 통했던 탓인지 대한민국은 그럭저럭 먹고 살만한 국가가 됐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때가 좋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때란 물론 못 먹고 못 입고 못 살던 시절이다. 그들이 추억하는 시점이 그때의 어느 부분인지는 모르겠으나 대체로 가난한 가운데서도 이웃과 함께 나누던 시절일 것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밥은 먹게 했으나,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장 아름답게, 가장 따뜻하게 드러내고는 했던 人情(인정)을 가져 가버렸다.

 미래는 항상 현실과 충돌한다. 朝三暮四(조삼모사)는 현실과 미래의 관계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도토리를 아침에 4개 먹는 게 나은지 저녁에 4개 먹는 게 나은지를 두고 원숭이들이 고민하는 장면이다. 이 고사에는 두 가지 교훈이 들어있다고 한다. 첫째 당장 눈앞에 나타나는 차별만을 알고 그 결과가 같음을 모른다는 것과 둘째 간사한 꾀로 남을 속여 희롱함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군대에 다녀온 남자라면 휴가는 무조건 먼저 찾아먹으라는 격언(?)을 기억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휴가마저도 미루지 말고 순서가 돌아왔을 때 제 때에 나가라는 말이다. 군대라는 조직에는 워낙 돌발 상황이 많다보니 자칫하다가는 휴가가 취소될 수도 있기 때문에 생겨난 말일 것이다. 군대에서 정기 휴가라는 것은 미뤄질 수는 있어도 취소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이 격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창군 이후 병역 의무를 마친 모든 남자들의 경험 상 군대에서의 미래는 결코 장밋빛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일 것이다.

 미래는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현재에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미뤄두기에는 어쩐지 도박을 걸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도토리를 아침에 4개 먹으나 저녁에 4개 먹으나 총량은 변하지 않지만 만의 하나 아침을 먹은 후에 불의의 사고로 먹을 수 없는 지경이 되거나, 도토리가 모조리 없어져 버린다면 이야기는 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아침과 저녁은 시간적으로 인접해 그다지 아쉬울 것이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벌어진다면 미래를 위해 포기한 오늘은 최악의 선택이 되고 만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노래가락 차차차’라는 노래는 아주 많은 걸 시사한다. 최근에 나이 70이 넘으면 배운 사람도, 돈 많은 사람도 연골이 성한 사람에게는 못 당한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젊었을 때 여행을 가는 것이나, 늙은 후에 여행을 가는 것이나 여행을 간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여행의 질에서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미래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에는 미치지 못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나름대로 자리를 잡은 이 바닥의 리더 판매원이 있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출중한 능력이 잠재돼 있었던 것인지 그는 제법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좀 놀랍고 미심쩍은 것은 그가 파트너에게 전업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미래를 위해서 현실의 모든 걸을 걸라는 취지일 것이라고 짐작이 된다. 회사의 현재 상황이나 자신의 수입을 생각하면 전업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만 파트너들까지 자신만큼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쩐지 위험해 보인다. 한편으로는 자신 역시 만족할 만큼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에 파트너들로 하여금 더 많은 시간을 다단계판매에 할애하라는 강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가 이 바닥에서 얼마나 많은 경험을 했는지는 모른다. 그렇더라도 파트너에게 전업을 강요할 정도의 수준이라면 초짜 냄새를 다 지우지 못한 듯하다. 아직까지는 다단계판매의 본질에 대해서도 미래에 대해서도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생긴다.

 대부분의 리더들은 가급적이면 부업으로 이 사업을 시작하라고 강조한다. 다단계판매 역시 사업인 이상 굴곡은 있게 마련이고, 어떤 때에는 아주 긴 시간 동안 변변한 수입 없이 지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래를 위해 오늘의 모든 것을 희생하라는 주문은 막판에 몰린 노름꾼이 전 재산을 걸고 마지막 패를 돌리는 것에 진배없다. 미래라는 것은 수많은 오늘이 모여서 만들어지고 도래하는 것이다. 다단계판매라는 것도 주어진 오늘 하루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선택한 옵션일 뿐이다. 미래를 위해 오늘을 탕진하라는 주문은 제삼자가 듣기에는 섬뜩할 뿐이지만, 파트너의 입장에서는 거기에 더해 정나미가 떨어지고 신뢰가 무너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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