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뉴스/베스트사진

남한 기업가들로부터 얼마나 많이 뺏어먹느냐를 실적 간주 "15년 전 북한 나진·선봉에서 50만달러를 날렸다."

특판장닷컴 2011. 3. 2. 21:35
땅 사용권 준다며 50만불 뜯어

남한 기업가들로부터 얼마나 많이 뺏어먹느냐를 실적 간주

"15년 전 북한 나진·선봉에서 50만달러를 날렸다."

1995년 한국 기업인으로는 최초로 나진·선봉 경제자유무역지대에 진출했던 노정호(46) 전 씨피코국제교역 사장(현 한국노년소비자보호연합사무총장)은 최근 북한이 적극적인 투자 유치에 나서는 것과 관련, "용두사미로 끝난 1990년대의 반복이 될 것"이라며 "북한은 그때와 변한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노 전 사장은 30대 초반이던 1995년 나진·선봉지역에 철조망 44㎞의 수출을 성사시키며 '통일 시대를 열 청년 사업가'로 언론에 크게 소개됐었다.

당시 북한은 '나진·선봉지구를 본격 개방하려면 나진·선봉(둘레 88㎞)을 북한 주민들과 격리하는 게 우선'이라는 논리로, 노 전 사장에게 필요한 철조망의 절반을 공급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 대가로는 토지 3만3000㎡(나진시 창평동 소재)에 대한 50년 사용권을 제시했다.

이 제안엔 '함정'이 있었다. 빌려준 토지에 대해 2년 안에 기초공사를 끝마쳐야 한다는 조항이 문제였다. 도로·수도·전기 등 기초공사에 필수적인 사회간접자본이 전무한 상황에서 북한측의 터무니없는 요구가 계속됐다. 그 요구에 시달리다 보니 공사 자체를 진행시킬 수가 없었다.

처음에 북한은 철조망 공급 소식이 한국 언론에 공개된 것을 트집 잡아 계약을 무효화하겠다고 위협했다. 북측을 겨우 달랬더니 그 뒤로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요구가 쏟아졌다. 철조망 주변에 배치될 경비병들이 쓸 손전등을 비롯해 전기충격기, 고압전류 발생장치까지 내놓으라고 했다.

노 전 사장은 "북한 공무원들의 사고방식은 괴상한 실적주의"라며 "남쪽 기업가들로부터 얼마나 많이 뺏어 먹느냐가 실적의 잣대였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 파트너였던 북측 관계자들은 '실적'에 따라 영전하거나 좌천되기가 일쑤라서 매번 새로운 파트너와 처음부터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했다"고 했다.

기초공사를 끝내지 못한 채로 2년이 지나자 토지 사용권은 자동으로 휴지조각이 됐다. 철조망 제작 비용만 50만달러, 각종 부대비용을 합치면 족히 100만달러가 공중으로 사라졌다.

노 전 사장은 최근 북한이 여러 경로로 해외 투자를 유치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자칫하면 간, 쓸개를 다 빼앗길 수 있다"며 "특히 '개방'이란 단어는 한국 기업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함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북측에 '동포니까 잘 해주겠지'라는 근거 없는 기대를 하지만 이건 완전히 착각"이라며 "북한이 한국 기업에 손짓하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미끼로 활용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