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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총기난사’ 징계, ‘530GP 사건’과 너무 다르다

오늘은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을 좀 꺼내겠습니다.
이 사건이야 방송이나 신문 등에서 계속 이슈로 다루고 있으니
저까지 같은 내용을 다루면 식상하겠죠.
그래서 다른 각도에서 이 사건을 좀 보겠습니다.

아래 글을 한 번 꼭 읽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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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총기난사’ 징계,

‘530GP 사건’과 너무 다르다


저는 육군 병장으로 제대했습니다.
사실 어디 가서 군대 얘기 잘 안 합니다. 유격 훈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그 흔한 태권도 단증 하나 없습니다. 휴가 나오면 다들 놀랍니다.
얼굴이 햇볕한 번 받지 않은 것처럼 뽀얀했습니다.

저는 군사령부 통신병과에서 근무했고,
3~4개월마다 예하부대에 파견을 나갔습니다. 통신부대의 특성상
지하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햇볕을 볼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처음 군대에 입대하니까 고참들이 전화기를 붙잡고,
‘육군교환대’ ‘경찰교환대’ 등의 여자 교환수들과 ‘5분’ ‘10분’
무조건 얘기하라고 시켰습니다. 그 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자동으로 바닥에 머리를 박아야 했습니다.
고참들이 든 전화 수화기가 사정없이 머리를 가격합니다.
그러나 군대생활이 그리 힘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남자들의
술자리 단골메뉴인 ‘군대 얘기’ 별로 안 합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모두 아시죠?
이에 대해 몇 마디 하겠습니다.

해병 총기난사 사건,
지휘관 2명 보직 해임, 범인 등 6명 구속

지난 7월4일 강화도 해병2사단에서 총기사건이 터졌습니다.
김아무개 상병이 내무반에서 총기를 난사해 4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보통 군대에서 죽으면 ‘개죽음’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사망한 병사들을 ‘개죽음’으로 매도할 수는 없습니다.

모두 국방의 의무를 지다 숨진 숭고한 희생입니다.
다만 아직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한 20대 초반의 사병들이어서 안타깝습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부모들의 심정은 오죽하겠습니까.

범인인 김상병은 범행 후 수류탄으로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너 죽고 나죽자’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몸에 파편을 맞고 중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김상병은 현재 대전 국군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이제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자신이 무참히 죽인 동료 병사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해도 소용없습니다.
유족들에게 김상병은 ‘철전지 원수’가 된 것을 막을 수도 없습니다.
죽은 병사들이 살아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해병대는 이 사건의 수습에 나섰습니다.
사령관까지 나서 ‘부대 내 부조리를 뿌리 뽑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대대적인 문책성 징계에 들어갔습니다. 우선 지휘 책임을 물어 해당 부대의 연대장(대령)과 대대장(중령)을 보직해임 한다고 밝혔습니다.

연대장은 12일에, 대대장은 11일에 각각 보직을 해임했습니다.
모 언론에 보니 연대장과 대대장 모두 '괜찮은 지휘관'이었다는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식과도 같은 4명의 병사를 죽게 한 책임은 피할 길이 없습니다.
해병대사령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 사건과 관련된 모든 인원을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추가 징계조치를 취하겠다고 합니다.

해당 부대의 연대장과 대대장은 말 그대로 문책성 징계입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 형사적인 책임을 진 사람도 있습니다.
군 합동수사본부는 해당 부대 상황 부사관(하사)과 소초장(중위)을 8일 구속했습니다.

소초장은 부대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를, 상황 부사관은 상황실을 비워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혐의를 각각 적용했습니다.
김상병과 사건을 공모한 정아무개 이병도 구속했습니다.
정 이병에게는 상관 살해와 군용물 절도, 살인 등의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11일에는 정 이병에게 가혹행위를 한 김아무개 병장과 신아무개 상병을 폭행혐의로 구속했습니다.
김 병장은 정 이병의 성경책을 불태우고 바지에 불을 붙인 혐의를,
신 상병은 정 이병의 다리에 테이프를 붙였다 떼는 식으로 정 이병을 괴롭힌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구속 및 문책을 받은 사람은 보직해임(2명), 구속(6명)입니다.
지금까지 범행 당사자 등 8명이 구속 및 문책성 징계를 당한 셈입니다.


연천 530GP 사건, 8명 죽고, 4명 부상했는데 "아무도 문책받지 않았다" 오히려 "국가유공자 특혜주었다" 왜?


저는 이 사건을 보면서 몇 년 전에 일어난 사건 하나를 떠올립니다.
2005년 5월19일 경기 연천군 육군 28사단 530GP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당시 상황과 이번 해병대 사건은 아주 비슷합니다. 겉으로만 보면 그렇습니다.

당시 군 발표에 의하면 김동민 일병은 동료들이 자고 있던 내무반에
수류탄 1발을 던지고, K-1 소총 44발을 난사했습니다.
이로 인해 장병 8명이 죽고, 4명이 다쳤습니다.
주요 언론에서도 해병대 사건을 보도하면서 6년 전에 일어났던
530GP 사건을 비교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두 사건을 비교해보면 ‘천지가 개벽’할 정도입니다.
상식이 무너지고 상상을 초월합니다. 왜 그럴까요?
530GP 사건은 해병대 사건보다 희생이 더 컸습니다. 더구나 장병 4명이 더 죽었습니다.
그런데 사건 뒤에 있은 처결이 왠지 찝찝합니다.
화장실에 갔다가 밑을 닦고 나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뭐가 그런지 한번 보겠습니다.
530GP사건은 장병 8명이 사망한 대형 사건입니다. 온 국민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이 사건과 관련해서 실형을 받은 장교나 사병이 한 명도 없습니다.

군 복무 규정을 위반하고, 경계수칙을 위반한 초소 근무자는 물론이고 해당 부대의 중대장, 대대장 등도 아무런 문책도 징계도 받지 않았습니다.
정말 ‘놀랠 노’입니다.
유족들은 “지휘관들은 사건 이후 오히려 승승장구해 왔다”라며 분노했습니다.
그 분노는 지금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평생 씻지 못할 한(恨)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군에서 일어난 총기사고와 비교해보면 얼마나 기막힌 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2008년 11월23일 새벽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육군 모 사단 예하 181GP 내무반에서
수류탄 1발이 터졌습니다. 이아무개 이병과 허아무개 병장 등 5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다행히 죽은 장병은 없었습니다.
이때 사고 책임을 지고 중대장과 사단장까지 문책 징계를 받았습니다.

여기까지라면 이런 글 안 씁니다.
530GP 사건 당시 범인으로 지목된 김동민 일병은 군 수사당국의 조사에서 “선임병들로 부터 욕설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라고 진술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군 수사 당국은 7명의 사병(상병 5명, 일병 2명)을 입건했다가 모두 불입건 처리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입건된 사람은 부GP장 최아무개 하사와 김동민 일병이며 최하사는 구속되었다가 풀려난 후 나중에 중사로 진급한 후 제대했습니다.

웃기는 일은 또 있습니다.
국방부는 이들 질책 사병들에게 7급 국가유공자 혜택을 주고, 조기 전역까지 시켜줍니다. 정신적인 충격이 컸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아니 어느 나라 군대가 군 복무 규정을 위반하고 8명을 살해한
동기를 제공한 사병들에게 ‘국가유공자’라는 특혜를 줍니까. 우리나라가 그랬습니다.

지하에 계신 ‘호국 영령’들이 알면 땅을 치고 통곡할 일입니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와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6항(제외사유)에 의해서도 국가유공자가 될 수 없는데도 말이죠.

이상한 것은 또 있습니다.
국방부는 생존소대원 25명원 중 2명을 제외한 전원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고 조기 전역시켰습니다. 이 중 2명의 생존대원은
“부끄러운 국가유공자는 싫다”면서 거부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왜 국가가 수여하는 국가유공자라는 혜택을 거부하고
‘부끄럽다’라는 말을 했던 것일까요?

참고로 2002년 서해교전 때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당했습니다.
실제 교전이 일어난 사건이었는데도 당시 일부 부상자들은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그 뒤에 군부대에서 일어났던
어떤 사건에서도 질책사병들 뿐 아니라 생존 사병들 모두 국가유공자로 예우하고 조기 전역시킨 적은 없습니다.

이번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당시 내무반에 있던 병사들은 어떨까요.
형평성에 맞춘다면 이들 병사들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고,
조기 전역시켜야 하는 것 아닐까요. 물론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국가유공자’를 남발하지도 않겠지요.

그런데 왜 유독 ‘530GP' 의 질책사병과 생존사병들에게만
이런 특혜를 주었을까요? 참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유족들은 530GP사건이 군 당국에 의해
“조작?은폐되었다”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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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락인 <시사저널> 사회전문기자 / TEL. 02-3703-7051(직) / FAX. 02-3703-7023 / Mobile. 010-5230-6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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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